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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김연수《이토록 평범한 미래》- 고난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by doyu 2023. 3. 18.

저자: 김연수
제목: 이토록 평범한 미래 (8편의 단편중 1편)
출판사: 문학동네
출간연도: 2022년 10월 7일

 

<줄거리>
1999년 여름, 엄마의 자살과 엄마를 자살로 내몬 아빠와 그 가족을 용서할 수 없는 지민은 자살을 결심한다. 나는 죽기전에 판매금지 당한 엄마의 유작 '재와 먼지'를 찾고 싶은 지민을 데리고 출판사에서 잔뼈가 굵은 삼촌에게 데려간다. '재와 먼지'의 주인공인 연인들도 자살을 선택하는데 1999년 종말론과 더불어 지민의 자살결심을 더 공고하게 만들어준다. 지민은 삼촌에게 나와 함께 동반자살을 할거라 말한다. 하지만, 소설에는 반전이 있었다. 임사체험을 하며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두번째 삶을 살았던 연인들은 그들이 처음 만난 순간으로 돌아가 세번째 삶을 시작한다. 미래의 기억을 가지고 현재를 살게 되며 그들에게 인식의 변화가 생겼다. 이미 일어난 일들이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원인이 되어 현재의 일이 벌어진다고 생각하게 된다.

 

외삼촌은 지민과 내가 결혼하기 때문에 지금 여기 함께 있게 있다고 생각하면 엄마의 불행한 일때문에 동반자살을 하려고 두사람이 만난 것이 아니라고 한다. 둘이 결혼한다는 말이 암시가 된듯 여름내내 지민과 나는 한시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사랑에 빠진 나는 지민이 죽기로 했다면 같이 죽을 수 있었다. 외삼촌과 만나 후 며칠 뒤, 우리는 마지막으로 신에게 답을 듣기 위해 신과 채널링을 하는 줄리아를 만난다. 지민은 "세상은 멸망한 것인가?" "내가 살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라는 두가지 질문을 한다. 줄리아는 지구는 멸망하지 않으며, 두사람은 결혼할 것이므로 죽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먼 훗날, 나와 나의 아내가 된 지민은 이순간을 떠올리며 웃는다. 살아보니 줄리아의 말은 그리 놀라운 말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말이었다. 지구는 멸망하지 않았고 우리는 죽지 않고 결혼했다.

우리가 지는 한이 있더라도 선택해야만 하는 건 이토록 평범한 미래이고, 포기하지 않는 한 그 미래가 다가올 확률은 100퍼센트에 수렴한다.

1999년 내게는 일어난 일과 일어나지 않은 일이 있었다. 미래를 기억하지 않았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과 일어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전체적인 감상평>

1. "과거가 현재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가 현재를 결정한다."

이 소설에 나온 가장 인상적인 문장의 하나이다. 과거가 현재를 결정하는 것은 이해가 가나 미래가 현재를 결정하는 문구는 다소 난해하고 납득이 잘 안간다. 주인공인 나(준)의 시각으로 소설을 재구성해 보았다.

과거가 현재를 결정
나는 지민이를 사랑한다. 그러나 그녀는 엄마의 자살과 그걸 방조한 아빠와 친가사람들을 증오하며 괴로워하다 자살을 결심한다. 그녀의 눈은 죽음만을 바라본다. 종말론, 소설속 연인들의 동반자살은 그녀의 죽음을 재촉한다. 아무리 그래도 죽음은 두려운 법, 지민은 나에게 저승길의 동반자가 되어주길 바란다. 그게 지금 우리가 함께 하는 이유다. 과거가 현재를 결정한다.

미래가 현재를 결정
나는 지민을 사랑한다. 그녀와 함께 하는 미래를 생각하면 심장이 뛰고 황홀하다. 그럴려면 지민이 죽으면 안되고 어떻게 해서든지 그녀의 결심을 되돌려야 한다. 동반자살을 원하는 그녀의 요청을 수락하였다. 그녀를 바꾸려면 그녀의 곁에 있어야 한다. 나는 외삼촌에게 그녀를 데려갔고 신의 말씀을 전하는 줄리아의 대답을 듣기 위해 그녀를 데려갔다. 그들이라면 지민의 결심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으며 나의 예상은 적중하였다. 그녀와 나는 사랑에 빠졌고, 함께 하는 미래를 생각하는 시점에서 죽을 이유는 사라졌다. 둘이 결혼하는 게 원인이 되어 지금 만나는 것인데 인과가 무너진 세상은 존재할 수 없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
2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아내가 된 지민과 그때를 떠올리며 웃으며 이야기 한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찔하지만 내가 상상하는 미래가 현실이 되어 다행이다. 종말론은 한때 해프닝었고 여신같던 지민은 억척스런 아줌마가 된 지금, 지구가 떠들석한 사건이 발생할 것 같은 그때를 생각하면 현재는 지극히 평범하지만,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하는 일상이 행복하다. 운도 따랐겠지만, 함께 하는 미래를 상상하며 지민을 바꾸려 했던 나의 노력도 이 평범한 미래를 맞는 데 일조했을 것이다.

 

2. 미래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인가?

"미래는 가능성으로만 존재할 뿐 조금도 상상할 수 없다. 외삼촌은 이 생각 때문에 인간의 비극이 깃든다고 말했다."
과연 그러한가? 미래는 조금도 상상할 수 없는 것인가?
나는 김원씨와 편집자 진호씨를 통해 미래는 상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확률
김원씨는 한때 카지노에 빠져 있었다. 그의 전략은 확률이 반반인 게임에서 한쪽이 다섯 게임 연속으로 나오면 여섯번째 게임에서는 그 반대쪽을 선택하는 것이다. 동전의 앞면이 여섯 번 연속으로 계속 나올 확률은 64분의 1, 즉 1.5%이다.
희박한 확률도 나올 가능성이 있으니 질수도 있다. 그러나 다음에 잃은 돈의 두배를 걸면 일곱번째는 이길 확률이 거의 99% 이상이다. 그러나 그날은 열한번 연속 한방향이 나와 그는 가진 돈을 모두 잃었다. 그는 '재와 먼지'를 읽으며 패배의 원인을 분석했다. 계속 지는 한 다음번에 이길 확률은 거의 100%에 가까워진다. 미래를 포기하지 않는 한 그는 결국 돈을 따게 되있는데, 다만 판돈이 부족했을 뿐이다.
세상사도 마찬가지이다. 좋지 않은 일이 계속 된다면 좋은 일이 올 확률은 100%에 가까워진다. 가장 좋은 일이 가장 나중에 온다고 상상하는 일이 현재를 희망으로 바꾸는 것이다.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가장 좋은 미래를 상상해야 한다. 확률이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미래를 상상할 것인가?
"카지노에서 돈을 따려면 자신이 통제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분명히 구분해야만 했다. 도박에서 얼마나 딸 수 있을지는 자신이 결정할 수 없지만, 얼마나 잃을 지는 결정할 수 있었다"
내가 통제할 수 있고 상상할 수 있는 평범한 미래는 지금과 비슷하다. 내가 나를 위해 오롯히 쓸 수 있는 시간이 있고 강아지와 산책도 하고 책도 읽고...
지금처럼 사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10년후, 20년후 나는 더 부자가 되고, 더 훌륭한 사람이 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고..이런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라고 말들은 하지만.. 지금보다 해야 할 일이 많고..그것을 이루기 위해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노력한다고 100% 된다는 보장도 없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금 현재를 희생해야 한다면 언제 행복해질 것인가? 그리고 그게 안 이루어지면 너무 실망스럽지 않을까?

너무 거창한 미래를 꿈꾸기 보다는 내가 할 수 있고 일상에서 소소하게 누리는 행복이 지속되는 미래를 상상하는 게 좋다.

인식의 전환
편집자 진호씨와 식사를 하고 광화문으로 나온 우리는 시위대를 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는 원하는 걸 다 볼 수 있지만, 그것을 보는 눈만은 볼 수가 없죠. 보이지 않은 그 눈이 우리가 무엇을 볼 수 있을지 결정하지요..(중략) 책의 문장은 저자의 생각이 뻗어나갈 수 있는 한계의 한쪽에서만 나오죠.
그래서 모든 책은 저자 자신이에요. 그러니 책 속의 문장이 바뀌려면 저자가 달라져야 해요" "이것이 내앞의 세계를 바꾸는 방법이지요....................아주 사소할 지라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겠다고 결심하기만 하면 눈앞의 풍경이 바뀔 거에요."

과거에 매몰되었던 지민은 나를 만나고 외삼촌을 만나면서 미래를 보기 시작했다. 신의 대답을 듣고 미래를 확신한다. 그녀의 눈은 미래로 향하고 희망을 보면서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 날 수 있었다. 죽음이 가득했던 눈이 생기를 띄기 시작했다.

 

3. 고난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이 소설을 과거의 트라우마로 현실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나 현실이 고달픈 사람에게 추천한다. 현실이 힘들더라도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 것이다.

과거에 매몰되는 시선은 메두사의 눈을 바라본다 . 돌덩이가 되어 재만 남고 먼지처럼 흩어질 것이다. 뒤를 보지 말고 앞을 봐라. 그래야 살길이 열린다. 지나온 세상을 향해 외쳐봤자 과거는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엎지러진 물을 주어 담을 수 있는가? 방향을 틀어 미래를 봐야 한다. 나의 관점을 바꿔야 한다는 의미이다.

연속되는 불운에 좌절하면 감히 미래를 생각하기 힘들다. 누구나 살다 보면 앞이 안 보이는 경우를 한 두 번쯤은 겪지 않는가. 그럼에도 과거의 실수나 후회에 짓눌리기보다는 앞으로 내다보고 가능성과 기회에 집중해야 한다.
상상하기 힘들거든 확률을 믿어라. 동 트기전이 가장 어둡다. 밝은 세상이 올 확률은 100%에 가깝다.
그리고 아무리 외쳐도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나를 바꿔라.

이 소설이 실용서가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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